건강검진 후 직장에서 커다란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사이즈가 커서 바로 제거를 못하고 2차 병원에서 수술받으라는 얘기를 들었고 직장유암종일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던, 작년 저에게는 커다란 사건이었던 일에 대한 후기입니다.
회사에서 시행하는 종합 건강검진.
지난가을쯤, KMI 한국의학연구소에서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위, 대장 내시경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건강검진 외에 따로 날짜를 예약해야 하니, 사실 조금 귀찮았는데요.
귀찮아서 안 하려다가 위 내시경은 10년 만이고, 대장 내시경은 이번이 처음이라 마음을 다잡고 겨우 예약을 잡았습니다.
대장 내시경 하기 전에 먹는 약은 정말, 역하고 힘들어요.
사실, 대장내시경은 그 약이 싫어서 계속 안 하고 있었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하는 날 종양 발견.
처음 하는 대장 내시경이라(마취하긴 하지만) 살짝 긴장을 했고, 어느 순간 비몽사몽 저는 눈을 떴습니다.
내시경 한 검사 결과를 설명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직장에 종양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이즈가 3~4cm 정도 되고, 생김새가 용종처럼 튀어나온 게 아니라 산처럼 생겼더라고요.
안에서부터 뭔가가 올라온 모양의 종양이 넓게 있었어요.
종양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정확한 사이즈가 얼마나 되는지 보기 위해 푸른색 형광빛이 나는 주사를 놨는데,
다행히 깊지는 않지만 크기가 커서 제거를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2차 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받으라고 하셨어요.
비몽사몽 했지만, 큰 종양이 있어서 수술받으라는 말에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대학병원 예약.
정신 차리고 나와서 KMI에서 보내준 연계된 병원 리스트를 보고 바로 전화해서 당일에 갔습니다.
가면서도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차라리 용종이었으면 금방 제거했을 텐데, 크기가 큰 종양이라니까 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건강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저는 변비도 없고 패스트푸드도 잘 안 먹고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데 암 일리가 없다고 자기 위로를 하다가도,
암은 유전적으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제가 갖고 간 CD를 보시더니, 갑자기 종이에다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을 해줬습니다.
종양 생김새가 직장유암종인 것 같다면서,
형광 주사약을 보니 다행히 근육층까지는 침투한 것 같지 않지만 사이즈가 워낙 커서 암일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암은 침투 깊이에 따라 0기, 1기, 2기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곤 최대한 빨리 수술 날짜를 잡고 집으로 갔습니다. (이미 회사의 휴가 문제는 뒷전)
수술하기 전.
그때부터 제 머릿속엔 온통 암에 대한 것뿐이었어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암보험 얼마나 들어놨지?
이걸로 생활비가 충당될까?
명색이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심사하는 직원인데 내 보험은 신경도 안 썼구나 좌절하고,
나도 암으로 죽을 수도 있는 거구나.
정확하게 조직검사를 한건 아니지만 경험 많은 의사가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암이 거의 확실하겠지?
직장유암종에 대한 후기를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인트는 사이즈였는데요.
제가 굉장히 큰 사이즈더라고요.
이렇게 클 때까지 왜 진작에 대장내시경을 하지 않았을까?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보다 사이즈가 작은 1~2cm 정도인데도 전이가 되었으며 항암치료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직장유암종의 특징이 '전이' 더라고요.
사이즈가 작아도, 암 초기여도 전이가 잘되는 암이었습니다.
굉장히 절망적이었어요.
사이즈가 큰데 그냥 양성종양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의사가 그렇게 얘기했어도 조직 검사한 것도 아닌데 확실한 것도 아니고, 종양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암만 있을 리가 없다면서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도 했다가,
자꾸만 낮아지는 확률에 다시 좌절했다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수술 당일.
종양 사이즈가 커서 수술 후에 천공이 일어날 수 있으니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천공: 직장에 구멍이 생겨 나타나는 응급상황)
수술 전날, 코로나 상황이라 쓸쓸하게 혼자 가서 입원 수속을 하고,
새벽에 속을 비우기 위해 그 약을 또 먹고, 대장내시경 종양 제거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눈 뜨니 병실이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설명해주셨는데, 다행히 직장유암종이 아니고 섬유선종이었다고 웃으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아, 너무 다행입니다.
제가 대장내시경 받으면서 직장유암종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다고 하네요.
'내가 죽으면 블라블라, 암이면 어떡하나 블라블라'
걱정을 많이 하신 것 같다면서 말씀하시는데 '아, 내가 마취했는데도 말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구나' 절망했습니다.
다음날까지 입원하고 다행히 천공 같은 응급상황은 발생하지 않아 무사히 퇴원을 했습니다.
후기.
제 병명은 직장 내 섬유선종입니다.
섬유선종은 여성호르몬에 의해 발생되며 주로 유방에 덩어리로 많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제가 피부에도 종기 같은 게 잘 생기는 편이긴 한데, 장기에도 그런 게 생길 줄은 몰랐네요.
섬유선종은 섬유질이 뭉쳐서 생긴 양성종양이에요.
거대하게 자라기도 하지만 소멸하기도 하고, 커진다 해도 암으로 되지 않습니다.
그럼 그렇지, 변비도 하나 없었던 내가 암이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해프닝 같은 사건으로 끝이 났는데요.
이렇게 한번 내가 암일 수도 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뭔가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엉망으로 살지는 않지만 뭔가 암은 예방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보험을 다시 재정비했어요.
그리고 건강검진은 꼭 주기적으로 받고 미루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암은 거의 초기에 발견이 될 텐데,
암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암진단비 및 생활비가 보험으로 어느 정도는 충당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재가입했습니다.
마무리하며.
끝으로 제 친구는 직장유암종 판정을 받았으나 항암치료도 안 받고 전이도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갑상선암처럼 요즘 직장유암종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예후가 좋은 편이라 보험회사에서도 암진단비에서 제외가 된 상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진단을 받으셨더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길. (마음이 그렇게 안되긴 하죠)
직장유암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름 포스팅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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